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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12-13 11:42
<시사저널> 디스크 수술 환자 10명 중 8명 수술 안 해도 됐다
 글쓴이 :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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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크 수술 환자 10명 중 8명 수술 안 해도 됐다

노진섭 기자 / no@sisapress.com

 입력 2014.12.11. 18:21 수정 2014.12.11.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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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보면, 최근 7년 동안 척추 수술을 받은 사람이 84%나 증가했다. 2006년 9만명이던 수술 환자는 2012년 16만명을 넘었다. 연평균 12%씩 증가한 셈이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흔히 디스크라고 부르는 질환(추간판 탈출증)을 앓았던 환자다. 디스크는 척추 뼈와 뼈 사이에 있는 연골에서 내부 물질(수핵)이 빠져나와 척추 신경을 누르면서 통증이 나타난다. 단팥빵에서 단팥이 빵 밖으로 튀어나온 모양새다. 디스크 환자는 걷거나 앉는 등의 일상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의 통증을 견디다 못해 몸에 칼을 대는 수술을 감내한다.

그러나 그 가운데 대다수는 수술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대한통증학회에 따르면, 수술 외에 다른 치료법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37%밖에 되지 않는다. 이 학회는 2개월(7~8월) 동안 서울과 수도권에 있는 12개 대학병원 마취통증의학과를 찾은 허리 통증 환자 709명을 대상으로 척추 수술 실태를 조사했다. 이 가운데 20%에 해당하는 142명이 척추 수술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팔이나 다리에 마비 증세가 생긴 경우 등 실제로 수술이 필요한 환자는 26명(18%)에 불과했다. 10명 중 8명은 수술이 불필요한 디스크 환자였던 셈이다. 심재항 대한통증학회 이사(한양대 구리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디스크가 척추 신경을 눌러 통증이 생기지만, 반드시 수술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며 "수술은 그 자체가 척추 퇴화를 촉진하고 큰 비용이 들기 때문에 환자는 물론 우리 사회에도 부담"이라고 강조했다.

↑ⓒ 시사저널 임준선

디스크 수술이 필요한 사람은 팔이나 다리 등 신체기관 마비(신경 손상), 성기능 장애, 배뇨 장애가 발생한 환자다. 그 외의 경우에는 대부분 수술이 필요 없다. 단순히 통증이 있다고 해서 수술을 결심하는 행동은 섣부른 판단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신경 손상 없는 디스크는 자연 치유 가능

수술이 필요 없는 디스크는 자연 치유와 약물 치료로 완치될 수 있다. 김영은씨(69·여·가명)는 2012년 4월 왼쪽 허벅지와 서혜부(사타구니) 통증을 견디다 못해 병원을 찾았다. MRI(자기공명영상) 촬영 결과 디스크로 판명 났다. 신경 치료를 받은 후 호전됐다. 2개월 후 이사를 하면서 통증이 다시 찾아왔다. 의사의 추천에 따라 수술을 받지 않고 일주일 동안 입원하면서 안정을 취하자 통증이 사라졌다. 8개월이 지난 후 디스크가 거의 사라졌고, 1년 후엔 완치 판정을 받았다.

김씨의 몸에는 어떤 변화가 생긴 것일까. 사람의 몸은 디스크를 이물질로 인식한다. 물론 외부에서 투입한 물질은 아니지만 연골 속에 있어야 할 수핵이 본래 자리에서 이탈했기 때문이다. 임신한 여성의 몸이 배 속의 아기를 이물질로 인식하는 것과 유사하다. 몸은 면역체계를 가동해 이물질을 공격한다. 즉 면역세포(대식세포)가 디스크를 흡수해버린다. 척추신경을 누르고 있던 디스크가 없어지면서 통증도 서서히 사라진다.

이는 한 개인에서만 나타나는 특별한 결과가 아니라 국내외 연구로 확인된 현상이다. 2001년 '정형외과 저널'에 따르면, 허리 디스크 환자 42명 가운데 37명은 1년 내에 디스크 크기가 50% 이상 감소했다. 심지어 디스크가 심할수록 면역력은 더 활발하게 작용해 치유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논문에 따르면 거대 디스크(디스크가 척수강(척수와 신경이 지나는 길)의 절반 이상을 침범한 경우) 때문에 통증이 심한 환자 15명 가운데 14명이 1년 후 자연적으로 호전됐다는 보고가 있다. 대한통증학회도 유사한 결과를 내놓았다. 거대 디스크가 있지만 신경 손상은 없는 환자 30명을 평균 9개월 동안 치료했더니 25명의 디스크 크기가 절반 이상 사라진 것이 관찰된 것이다.

그렇다고 환자 스스로 아픔을 견디며 자연적으로 낫기를 기다리면 안 된다. 디스크가 신경을 누르는 부위에 염증이 생기기 쉬운데 이 때문에 통증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병원에서 염증을 가라앉히는 항염제 주사를 맞는 것만으로도 통증을 줄일 수 있다. 박영호씨(41)는 지난해 1월 왼쪽 엉덩이 부위부터 발목까지 통증을 느꼈다. 허리 디스크로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길 정도로 아팠다. 병원에서 항염제를 투여받은 후 증세는 호전됐다. 올 4월 골프를 무리할 정도로 즐긴 후 증상이 재발했다. 마비 증상은 없었으나 지난해보다 극심한 통증이 찾아왔다. 움직일 수 없을 정도여서 입원해 검사했더니 디스크가 심하게 튀어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수술 대신 다섯 차례 약물 주사를 맞았다. 통증은 사그라졌고 합병증도 없이 일상생활로 복귀했다.

디스크 수술을 받았더라도 여전히 통증에 시달린다면 큰 병원 통증의학과를 찾아 상담해볼 필요가 있다. 문영수씨(83·가명)는 2008년 허리와 왼쪽 다리에 통증이 생겨 병원을 찾아 검사한 결과 허리 디스크 판정을 받았다. 디스크를 긁어내는 수술을 받은 후 일시적으로 통증이 사라졌다. 그러나 다시 통증이 찾아왔고 앉거나 눕지도 못할 정도로 심해졌다. 2013년 한 대학병원 통증의학과를 찾아 약물 치료를 받은 후, 산책과 운동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됐다.

↑허리 디스크 환자 김 아무개씨(69·여)의 MRI(자기공명영상) 사진. 2012년 8월에는 디스크가 척수강 아래로 많이 침범한 상태(노란 동그라미 부위)였지만, 수술 없이 2014년 4월 디스크가 완전히 사라졌다. ⓒ 대한통증학회 제공

"만성 통증은 증상이 아니라 질병"

디스크 수술을 받는 사람이 매년 늘어나는 배경에는 일부 병원의 장삿속이 깔려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의사의 수술 권유와 과잉 수술이 디스크 환자를 두 번 울린다는 것이다.

김국범씨(50·가명)는 몇 해 전 허리 통증이 심해 서울 강남의 척추 전문 병원 의사의 권유로 허리 디스크 수술을 받았다. 그런데 수술 후 걷기가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통증이 심해졌다. 수술 부작용 의혹을 제기한 김씨는 "무조건 디스크 수술을 받으려는 사람을 말리고 싶다"고 말했다. 대한통증학회에 따르면, 환자가 척추 수술을 선택한 이유로는 '의사의 적극적인 권유'가 32%나 차지한다. 게다가 수술 불만족은 30%에 달했다. 척추 수술을 받은 환자의 23%만이 수술에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술을 받으면 통증이 사라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한 것이다.

또 수술을 받은 환자와 수술을 받지 않은 환자의 삶의 질을 비교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오히려 수술을 받지 않은 사람의 삶의 질이 좋게 나타났다. 수술을 받은 사람은 그 이전보다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느끼는 경우가 더 많았다. 이런 이유로 한 번이라도 디스크 수술을 받은 사람 4명 가운데 3명은 재수술을 받지 않으려고 한다.

보건복지부 자료를 분석해보니, 병원이 수술 의료비를 청구한 건수는 2009년부터 2013년 상반기까지 모두 98만건에 이른다. 이 가운데 13.2%인 12만9000건은 '조정'됐다. 정부가 불필요한 수술이라고 판단하고 병원이 청구한 의료비 전액 또는 일부를 삭감한 것이다. 척추 수술 10건 가운데, 최소 1건은 과잉 수술을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정부가 지정한 척추 전문 병원이 디스크 수술을 많이 권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꼭 필요하지 않은 수술을 하는 것이다. 이런 탓에 척추 전문 병원의 의료비 조정률은 18.7%로 평균(13.2%)보다 높게 나타났다. 예컨대 인천의 한 척추 전문 병원의 의료비 조정률은 무려 64%를 넘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허리에 통증이 생기면 일단 가까운 병원을 찾아 원인을 파악하는 게 상책이다. 신경 손상 등으로 수술이 반드시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비수술 치료를 받으며 경과를 지켜보라고 전문의들은 권장한다. 그럼에도 별다른 차도가 없으면 큰 병원을 찾아 자신에게 필요한 치료법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과거 통증은 특정 질환의 증상으로 여겼지만 지금은 통증 자체가 질병이기 때문이다. 심재항 교수는 "통증에는 급성과 만성이 있는데, 만성 통증은 증상이 아니라 질병"이라며 "통증이 3개월 이상 계속되면 큰 병원의 통증의학과를 방문해 의사와 충분히 상담한 후 수술, 약물 치료, 자연 치유 등 적절한 치료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노진섭 기자 / no@sisa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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